Sunday, August 26, 2012

유기농의 가치

유기농 제품을 먹기 위해 더 지불할 가치가 있는가? 답은 심플하지 않다. 제품에 따라서 예스,  혹은 노가 될 수도 있다.

전에 인터넷에서 유기농 오이, 자연재배 오이, 일반 오이를 실온에 장시간 두었을때의 실험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유기농 오이가 가장 먼저 썩었고 그리고 (농약을 쓴)일반오이가 썩었다. 여기까지 보면 유기농은 약을 안 쳐서 금방 썩나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근데 문제는 말라 비틀어 지기 전에 썩는다는 것이다. 자연재배 오이는 마르면서 시든 후 더 시간이 지나면 발효된다는 결과이다. 썩는 것과 시드는 것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부패균과 발효균  중 어느 것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느냐에 있다. 뭐 그런 복잡한 사연은 접어 두고 결과만 보면 유기농 농작물을 먹어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자연재배오이가 없다면 차선인 유기농 오이를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 오이들이 모두 같은 종자의 오이인가이다.

유기농 재배는 그 만큼 일정 기간에 약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흙에서 기른다고 해도 병충해에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유기농 재배에 사용되는 종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것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 쉽게 말해서(좀 순화해서 말하자면) 하이브리드 종자(hybrid seeds)는 잡종강세(hybrid vigor, 하이브리드 과정에서 우수형질만 취하는 것), 균일화된 종자들, 병충해 저항력 등에서 일반 종자들 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왜 유기농 제품이 더 비쌀 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유기농 재배는 초기 설비투자 비용 등의 초과 지출, 산출량의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하이브리드 종자에 있다. 하이브리드 종자로 자란 식물에서 나온 종자는 그것과 같은 종자가 되지 못한다. 즉, 하이브리드 종자가 낳은 종자는 오리지널 하이브리드와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해마다 같은 작물을 재배 하려면 하이브리드 종자를 구입해야하고 하이브리드 종자를 '특별히' 만들어 판매하는 종자회사는 비싸게 팔 수 밖에 없고 그것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물론, Non-GMO에 Organic이라고 적힌 제품을 구입하면 좋겠지만, 표시가 되지 않은 것까지 모두 보수적으로 본다면 GMO에서 자유로운 유기농 제품은 많지 않다. 그래서 왠만한 경우는1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유기농이 아닌 일반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유기농을 사야하는 경우가 있다. 유기농만 양배추만 파는 경우, 콘시럽과 각종 첨가물이 들어 가지 않은 토마토케첩을 살려는 경우, 합성첨가물 없는 팬케이크 가루를 살 경우, 현미를 구입할 경우 등이다. 토마토 케첩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피하게 되는 합성 첨가물과 감미료가 없는 제품은 유기농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지금은 유제품을 전혀 먹지 않지만, 2-3단계의 먹이 사슬을 거치는 계란이나 유제품의 경우는 유기농과 cage-free 등을 구입했었다.

예전 몇십년 전보다 생활이 편리해진 것은 분명하다. 근데 너무 복잡해졌다. 알아야 하고 선택해야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밥 한끼를 먹는데도 이 음식이 어떻게 내 밥상에 올라 왔는지만 생각할 때 제대로 이해하려면 너무 많은 사실과 사회적, 문화적 지식이 필요하다. 무엇을 먹던 간에 제대로 알고 먹고, 제대로 가치를 알고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